김봉렬,
오랜 기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외출했었다.
이강숙 그를 이은 이건용의 꿈을 현실에 펼쳐보였고, 황지우의 미완의 기획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정착시켰으며,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학교의 새로운 출발을 정초했다. 그러기에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자유다. 한 켠에 밀어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가 시도하려는 ‘작업’이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채워지지는 아닐 것이다. 에피소드들을 수집하여 ‘재미있는 스토리’를 엮어 대중들의 ‘지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인기인에 안주하는 ‘그들’과는 다를 것이다. 아마 사건들이 조직하고 있는 틀을 거미의 감각으로 낚아채 반성적으로 해명하여 ‘히스토리’를 쓸 것이다.
우리는 그의 역작, 『한국의 건축』을 기억한다.
신영훈은 고고학적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건축’을 읽지 못했고, 최순우는 ‘정신의 고양’에만 머물렀으며, 김수근은 ‘공간’을 발견했으나, ‘집합의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부족했었다. 그러나 김봉렬의 사유는 그것들을 조건 짓고 있는 근간을 들여다보고, 그 기초를 새롭게 사유했었다.
이제 그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보려하고, 건축을 지나 인간들이 만들어 온 문명을 해석하여 새롭게 구축하려 한다. 거대한 기획이다.
아마, 거칠기도 할 것이며, 가끔씩 오류가 있기도 할 것이고, 논리의 비약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기도 할 것이다. 아마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시작’은 늘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즐거이 ‘김봉렬’을 기대하는 것이다.
by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