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일
2021.07.27.
출처
한국예술종합학교
분류
기타

오늘 학위를 받고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사랑으로 뒷바라지하며 헌신하신 부모님,
학생들을 땀과 사랑으로 가르치신 교수님,
그리고 우리 학교의 운영과 교육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1992년 개교 이후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했으며
내년에 개교 3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계 유수의 국제대회에서 총 3,000회 이상 수상하였고,
그 중 1위에만 1,000회 넘게 올랐으며
세계 예술대학평가에서도 36위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모두 재학생, 졸업생, 동문들이 재능과 열정으로 이룬 성과들입니다. 우리 학교 운영을 8년간 책임졌던 총장으로서, 그리고 교수의 한사람으로서 교육의 성과에 늘 기쁘고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문화예술이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우선순위는 여전히 정치와 경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의 국가적 비전과 의미 있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회적 관심도 낮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예술의 길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특히 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으로 예술계는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없다면 계절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신비에 감동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 공감할 수도 없으며, 내 자신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경제적 기계가 될 것이고 정치적 동물로 전락할 겁니다. 사회가 삭막할수록 우리는 예술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을 지키고 예술가의 길을 꿋꿋이 걸어갈 때만이 인간적인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 한국 선수들이 높은 성적을 거둔 양궁경기를 봤습니다.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과녁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활을 쏩니다. 그래야 아래의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도 그렇습니다. 끝없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치열한 과정이 인생이고 예술입니다. 답이 틀리는 것을 두려워 말고, 내 안의 물음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합시다. 정해진 목표를 조준하지 말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갑시다. ‘수고’와 ‘역경’을 거꾸로 말하면 ‘고수’와 ‘경력’이 됩니다. 힘겹게 수고하지 않으면 어떤 분야의 고수도 될 수 없습니다. 역경을 헤쳐 나가면 그것은 인생의 화려한 경력으로 남을 것입니다.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인간을 ‘선택’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가는 실존적 존재라고 파악했습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임을 주장하며, 죽음으로부터 해방을 외쳤던 그이지만 정작 죽음 앞에선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언론은 ‘샤르트르마저 왜 그렇게 괴로워하며 죽어야만 했는가?’라고 묻고 ‘그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평했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하고 치열하게 노력한 우리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쉴 수 있는 ‘고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여러분의 ‘고향’입니다.
어떤 순간에서도 두려워하지 말고 열정적인 삶을 ‘선택’하십시오.
여러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일에도 망설이지 말고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 한예종은 여러분의 쉼터가, 고향집이 되겠습니다.

영광스러운 졸업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여러분과 가족분들의 앞날에 무궁한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