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예술사, 전문사 학위를 품에 안고 정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성실한 노력과 빛나는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또한 헌신과 사랑으로 자녀들을 뒷받침해 온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도 축하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교수님들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함께하신 학부모님, 교수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졸업생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오늘은 우리학교 연극원 초기 졸업생이자, 현재 대한민국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총무로 활약하고 계시는 오신환의원님께서 후배들의 졸업을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본인은 예술가의 길을 떠난지라 자격이 없다고 고사했지만, 모교에 큰 관심과 도움을 주시고, 이 살벌한 정치계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정치를 하는 분이라 강권해서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다.)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는 1992년 개교 이래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통해 창의적 전문예술가 양성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순수 국내파로서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수많은 입상자를 배출하였고, ‘19년 상반기에만도 음악, 무용, 연극, 영상, 미술 등의 각 분야에서 국내외 50개 대회 74명이 입상하는 놀라울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발표(‘19.2.27)된 영국의 고등교육평가기관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공연예술부문 세계 37위를 기록하였습니다. 국내 최고는 물론, 50위 순위권 대학의 75%를 영․미권 국가가 차지한 상황속에서 2016년도 46위에 이어 3년만에 9계단이나 상승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결실의 밑바탕에는 여러분들의 땀과 눈물과 열정이 있다는 것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올 2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올해 졸업식을 관통하는 주제는 ‘내가 지도(地圖)다’입니다. 지금까지의 학업이 기존의 예술계가, 교수님들이 그려준 지도를 읽고 길을 찾아간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내가 길을 찾아야하고 새로운 지도를 직접 그려서 예술계와 후배들에게 남겨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개척자로서 전인미답의 눈밭을 헤치며 새로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조심스럽지만 망설이지 않고, 커다란 한걸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꾸준한 걸음만이 새로운 길을 만듭니다. 여러분의 계속된 발자국은 결국, 뒤를 따라오는 이들의 길이 됩니다.
예술과 인생의 길을 가다보면 여러 갈래 길이 나타나고, 어느 길로 가야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선택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럴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워 보이는 길을 가라고 합니다. 쉬워 보이는 길은 결국 평범한 목적지에 도달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은 새로운 목적지로 인도할 겁니다.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라면, 세상의 봉사자인 여러분이 가십시오.
지도는 단순히 길만을 표시하지 않습니다. 등고선과 물줄기로 이루어진 지형과 크고 작은 도시와 마을의 위치 등 수많은 레이어가 겹쳐져 있습니다. 또한 숲의 초록색과 바다의 파란색 등 색채까지 칠해져 있습니다. 획기적인 지도를 그렸던 프톨레마이오스나 김정호의 지도는 그 자체로서 위대한 예술품입니다. 여러분의 삶도 예술의 레이어 뿐 아니라 인생의 여러 레이어가 겹쳐지고, 아름답게 채색되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는, 한 장의 지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이라는 자긍심이 이 어려운 여정에서 여러분을 지켜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적인 예술활동이 모교의 명성과 영예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며, 학교에서도 여러분들이 예술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격려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 번 학창 시절의 노고를 치하하며, 저도 이 자리에 계신 학부모님, 교수님과 더불어 여러분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커다란 행운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