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예술사, 전문사 학위를 품에 안고 정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 특히, 태풍으로 인해 학위수여식이 취소되어, 6개월을 기다리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후기 졸업생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더불어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하시고 격려하기 위해 참석해 주신 학부모님, 교수님들과 우리 학교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특별히 참석해 주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 동문 축사를 해주실 이언희 동문(영상원 졸업)을 비롯한 내·외빈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국립예술교육기관으로 개교한지 어언 27년,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고등예술교육기관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장중심의 교육과정과 탁월한 교수진의 헌신은 뛰어난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자부합니다. 그 결과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외 85개 대회에서 173명이 입상하는 놀라운 쾌거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교정을 떠난 이후에는 각 분야의 문화예술 현장에서 한국 예술계를 지탱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예술학도의 허물을 벗고, 진정한 예술가로 끝없는 길을 떠나는 출발점에 섰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평생 예술가로 살며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산악인과 등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취미나 건강을 목적으로 애호가가 아니라, 산타는 일로 명성을 얻고 삶을 해결하는 전문 산악인입니다. 등산은 애호가에게는 건강을 주고 즐거움을 주지만, 전문 산악인에게는 전인미답의 등산로를 개척하는 고통을 주며, 목숨까지 걸어야하는 극한작업입니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합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체계적인 대학 교육은 정해진 길입니다. 그러나 오늘 학위수여식부터 기존의 길은 끝났습니다. “내가 지도다”라는 이번 학위수여식의 주제는 이제부터 지도를 만들며 등산을 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첩첩산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높은 산을 길을 만들어가며 힘들고 어렵게 정상에 섰다고 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콩쿠르에 1등하면, 내 인생이, 나의 예술이 보장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남과의 경쟁이 끝나면 이제 자기와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게 표현하며 첩첩예술의 산맥 속으로 끝없이 등정해야 합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사회 속으로 먼 길을 떠나는 출발점에 섰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앞에 놓인 길은 넓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오히려 목적지도 불분명하고, 수많은 갈래 길이 있는 미로에 가깝습니다. 단단하게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며,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이고 걸림돌이 튀어나온 험난한 산길입니다. 그나마 오솔길이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앞서 간 사람들이 적어서 잡초에 뒤엉켜 길이 사라졌거나, 아예 개척이 되지 않아 길이 없는 경우도 나타날 겁니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인생이란 거꾸로 거슬릴 수 없는 불가역적 시간의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졸업하면 무얼 먹고 사나? 하는 걱정이 앞 설 수도 있지만, 여러분은 결코 평범한 생존형 예술가가 아닙니다.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야 하며, 한국과 세계의 예술계를 이끌어야하며, 사회와 인류에 행복을 가져와야할 소명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예술의 개척자이고, 지도자이며, 사회적 봉사자입니다.
올해 졸업식 주제는 ‘내가 지도(地圖)다’입니다. 이미 정해진 길을 따르지 말고, 내가 지나간 길이 지도가 되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개척자로서 여러분은 전인미답의 눈밭을 헤치며 새로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조심스럽지만 망설이지 않고, 커다란 한걸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꾸준한 걸음만이 새로운 길을 만듭니다. 여러분의 계속된 발자국은 결국, 뒤를 따라오는 이들의 길이 됩니다.
지도자의 길은 여럿이 함께 가야 만들어집니다. 예술계의 동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십시오. 혼자 걸으면 좁고 험난한 오솔길이지만, 같이 걸으면 넓고 탄탄한 산책로가 됩니다.
예술과 인생의 길을 가다보면 여러 갈래 길이 나타나고, 어느 길로 가야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선택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럴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워 보이는 길을 가라고 합니다. 쉬워 보이는 길은 결국 평범한 목적지에 도달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은 새로운 목적지로 인도할 겁니다.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라면, 세상의 봉사자인 여러분이 가십시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이라는 자긍심이 이 어려운 여정에서 여러분을 지켜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적인 예술활동이 모교의 명성과 영예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며, 학교에서도 여러분들이 예술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격려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 번 학창 시절의 노고를 치하하며, 저도 이 자리에 계신 학부모님, 교수님과 더불어 여러분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커다란 행운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