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일
2017.02.23.
출처
한국예술종합학교
분류
기타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입시 관문을 뚫고 자랑스러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된 560명의 예술사와 306명의 예술전문사 입학생 그리고 18명의 AMA 장학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또한,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자녀들을 키워주신 학부모님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1992년 설립하여 25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사반세기 만에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한국 최고의 명문 대학이 되었습니다. 작년 영국의 권위 있는 대학평가기관 QS는 우리학교를 전 세계 예술대학 중 46위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50위권에 진입한 평가였습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여러분 선배들과 교수님들의 몸과 마음을 다한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여러분들이 입학하여 이룰 성과는 더욱 뛰어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공부 좀 해라”는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었을 겁니다. 우리학교는 ‘대학교’입니다. 즉 ‘큰 공부를 하는 터’라는 뜻입니다. 그 지겨운 공부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공부는 learning과 study의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러닝이란 지식을 쌓아간다는 수동적 공부입니다. 학교 수업을 받고, 실기 레슨을 받고, 참고서의 해법을 익히는 일들입니다. 스터디란 따지고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동적 공부입니다. 문제를 찾아내고 그 해법에 이르는 방법론을 개발하며, 실천하는 것입니다. 고등학교까지의 공부가 대부분 러닝이었다면, 대학은 ‘큰 공부’, 즉 스터디를 하는 곳입니다. 스터디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찾아내야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러닝이 억지로 해야 하는 지겨운 공부라면, 스터디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운 공부입니다. 공자는 ‘논어’의 첫머리에서 말했습니다. “배우고 때에 맞춰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유명한 “學而時習之不亦悅乎?”입니다. ‘학’은 배우는 러닝, ‘습’은 익히는 스터디이며, 학습의 결과는 기쁨과 행복입니다.

부모님들이 “대학가서 놀아라”라고 하셨다면, 바로 “이 학습을 하며 즐겨라”라고 하신 것일 겁니다. 러닝은 놀면서 할 수 없지만, 스터디는 그 자체가 게임이며 놀이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한예종에서 할 공부는 바로 스터디이며, 즐거운 학습의 놀이입니다.

이번 입학식의 주제어는 ‘氣韻生動’입니다. 고대 중국의 화가 謝赫이 좋은 그림의 6가지 기준 중 첫째로 꼽은 것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같이 기운이 움직이는” 그림이 명화라는 뜻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을 만나니 바로 기운생동이 느껴집니다. 이 기운을 졸업할 때까지 잃지 말고, 여러분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십시오.

우리 학교에는 모든 장르의 예술 전공이 있습니다. 140여분의 최고 예술가 학자들이 전임교수로 계시며, 1,000여분의 현장 예술가들이 가르쳐 주십니다. 또한 4,000여 학생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예술인들입니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의 환경 속에서 서로 배우고 같이 익히며, 다른 전공의 스승과 친구들을 만나 교류하는 그 자체가 기운생동입니다.

입학생 여러분들과 부모님들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최고의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여러분의 꿈과 열정을 격려하고 든든한 터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