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뜻 깊은 졸업식에 참석해 주신 졸업생, 학부모님, 교수님들과 특별히 참석해 주신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 졸업식 최초로 동문 격려사를 해주실 오만석 동문을 비롯한 내ㆍ외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키워오고 기대를 걸고 있는 583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제 새 출발을 준비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예술가의 길을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서는 졸업생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축하드립니다. 누구보다도 고통과 영광을 함께 할 자랑스러운 자녀를 두신 학부모와 친지 여러분께 축하와 함께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학위수여식 주제는 종횡무진(縱橫無盡)입니다. 어느 기업인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계는 넓습니다. 지리적으로 넓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은 무궁무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 해 전 세계 최고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계학습,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기술 등 정보 기술 분야의 초급속한 발전은 인류의 전통적 영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로봇공학, 나노기술, 3D 스캐닝, 생명공학 등 여러 기술들과 결합하면서 이 세계는 어디까지 확장될지 그 끝을 모르는 혼돈에 들어섰습니다.
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우리가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예술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인공지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로봇이 무용을 한다면 그 정교한 기술과 기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콩쿨에서 기계가 우승을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기계의 능력은 한계가 없기 때문에 기계 예술이 신기함을 줄지언정,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정신적 풍요와 행복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음악, 무용, 연극, 미술과 같은 전통적인 예술은 깊이를 가져야합니다. 인간과 사회에 빛을 비추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며 치유하는 깊이 있는 예술은 인간만이 가능합니다.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는 높이의 경쟁을 벗어나, 내면의 깨달음을 추구하고 타인과 교감하는 깊이 있는 예술을 할 때, 미래 예술의 유토피아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넓이를 가져야합니다. 이미 영상예술이나 디자인분야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지경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장르의 예술과 통섭하고, ICT기술과 접목하는 융합예술은 분명 새로운 예술의 방향입니다.
전통적 장르의 예술도 역시, 넓이를 가져야 합니다. 정보기술과 자동화 기계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복잡다단한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자신의 예술적 통찰력을 키우고 깨달음의 깊이를 더하는 훌륭한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통적 장르든, 새로운 장르든, 융합장르든, 탈장르든, 어떤 예술도 깨달음의 깊이와 이해의 넓이를 동시에 가져야만,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깊이와 넓이가 곱해지면 입체적인 부피를 가진 거대한 그릇을 만듭니다. 그 무한한 그릇 안에서 종횡무진, 자유로운 창작과 끝없는 시도들을 하시기 바랍니다.
허버트 리드는 예술을 “즐거운 형식을 만드는 시도”라고 정의했습니다. 즐거움은 정신적 행복과 풍요를 선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술과 문화의 목표는 인간의 감성적 정신적 행복입니다.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예술 비즈니스나 문화산업은 부차적인 효과일 뿐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비록 여러분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제도적 난관을 맞닥뜨릴 때에도 예술의 숭고한 목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예술은 예술가의 개인적 성취와 만족을 넘어서, 기계적이고 소모적인 세계 속에서 인간성을 일깨우고 해방시키는 구원의 빛입니다. 여러분은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입니다. 여러분이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될 인류사적 소명입니다.
물론 앞으로 많은 고통과 좌절의 순간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산길을 오를 때 큰 바위가 나타나면, 소극적인 이들은 걸림돌이라 핑계 삼지만, 적극적인 이들은 딛고 올라갈 디딤돌로 생각합니다. 백합과 튜울립은 매서운 한파와 겨울의 눈보라를 겪어야만 봄에 꽃을 피웁니다. 앞으로 만날 난관들을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춘화현상’으로 여기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정진하고 또 정진합시다.
졸업생 여러분! 영광스러운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여러분과 가족 분들의 앞날에 무궁한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