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일
1997.06.01.
출처
선경 사내지
분류
건축역사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농가에 곡식과 수확물을 저장하는 시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재산이었다. 비단 식량으로서 뿐 아니라 다른 재화로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자산으로서 수확물을 저장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첫째는 도난과 분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튼튼한 구조를 갖출 것, 둘째는 습기차서 썩지 않도록 통풍이 잘 되도록 할 것, 그리고 수확물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요구를 만족시킬 것.
감자와 같이 얼기 쉬운 소채들은 땅을 파고 묻어둔다. ‘감자굴’ ‘감자꽝’이라 부르는 시설이다. 지방에 따라 저장 방법도 다르다. 더운 지방에서는 김치를 독에 담아 땅에 묻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함경도와 같이 추운지방에서는 뒤뜰에 한길 정도 땅을 파서 수직굴을 만들고 김치독을 저장한다. 그 위에는 초가로 만든 지붕을 씌워서 눈과 비가 스며드는 것을 막는다.
사진은 옥수수 따위를 보관하기 위해 만든 ‘옥시두지’다. 지방에 따라서는 ‘강냉이광’ ‘옥시창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옥수수는 통풍이 잘되어야 맛있게 마르고, 마른 옥수수는 보관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가루를 내어 죽을 써도 좋고, 푹삶아서 가축의 사료로 사용해도 된다. 통풍이 잘되려면 결이 듬성듬성한 구조로 두지를 짜야하는데, 대나무가 많은 남쪽 지방에서는 대나무로 큰 소쿠리를 엮듯이 짜 나간다. 옥수수는 추운 지방의 주식량이다. 따라서 옥수수 창고는 북쪽 지방에서 더 발달했는데, 중국 연변에 가면 아직도 2층 다락으로 된 ‘옥시다락’을 많이 볼 수 있다. 소나무로 원두막 같은 뼈대를 엮고, 싸리나무 같은 잔나무로 발과 같이 벽을 친다. 벽면의 나무들이 너무 촘촘하면 통풍이 잘 안되어 썩기 쉽고, 너무 느슨하면 옥수수들이 삐져 나온다. 적당한 간격으로 벽을 만들면 그위에 초가로 된 지붕을 씌운다. 대나무로 짠 옥수수 두지도 마찬가지로 지붕을 얹는다. 비와 눈을 피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