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산사는 2013년 12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었고, 2014년 등재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2018년 등재를 목표로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사찰들은 불교의 성쇠와 대규모 전란의 피해와 격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이전에 건립되어 남한 지역에 현존하는 ‘전통사찰’은 1,000여 개소에 육박한다. 그 가운데 여러 가지 평가를 거쳐 7개소를 선정했고, 이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록한 것이다.
한국의 사찰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개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여 어떤 특정한 부류로 범주화시키기 어렵다는 장애가 있다. 유교 이데올로기의 조선시대 500년간 도시 내 사찰 철폐, 종파 통폐합, 승려 신분 제한 등 혹독한 탄압을 겪었다. 사찰 수는 1/10 수준으로 급감했고, 산 속의 사찰들만 겨우 생존할 수 있었다. 특정 종파나 신앙체계만을 유지한 사찰들이 드물어 내용적 범주화가 불가능하다. 또한,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사찰들의 공통적인 지역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하나하나의 문화유산적 가치는 탁월하지만, 이들을 공통적 주제로 꿸만한 튼튼한 줄을 발견하는 것이 과제였다.
현존하는 전통 사찰들은 산 속에 위치한다는 하나의 지형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위치한 산과 계곡의 형상이 다르듯이, 각각 다양한 모습의 가람 건축을 형성했다. 완만한 경사지에는 평지 가람과 같은 모습으로, 급한 경사지에는 계단식 가람의 모습으로 대응해 만들어졌다.
종파와 종단이 사라진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산사들은 개별적인 종합 수도원의 형태를 가졌다.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승려들의 승방과 생활공간은 물론이고, 경전 연구를 위한 강원, 참선 수행을 위한 선원을 비롯해 율원 염불원 등을 마련했다. 교와 선, 현교와 밀교에 이르는 거의 모든 불교의 내용을 하나의 사찰 안에서 병존시켰다. 많은 수의 건물들이 하나의 터에 자리 잡을 때, 그 건물들은 기능별로 나뉘면서 묶이고, 크기와 형태가 서로 조화되어야 했다. 건물이라는 부분과 가람이라는 전체의 관계 속에서 복합적인 건축 구성을 하게 되었다.
국가와 사회 지도층의 탄압을 받았던 조선시대의 상황에서 산중의 사찰들은 여러 종교적 의례를 지역사회에 제공함으로써 지역민들의 시주와 후원을 기대해야 했다. 사후를 위한 수륙재나 천도재는 물론이고, 생전의 기복을 위한 민간신앙까지 습합했다. 가람의 배치는 이러한 의례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금씩 변화되었고, 지역민의 교화를 위해 민화풍의 벽화로 전각들을 장식했다. 이러한 세속화의 노력은 왕실을 후원을 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지방의 주요사찰들은 원당을 설치하여 왕실의 기복을 기원했고, 원당을 기존 가람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삽입하여 가람 배치를 변화시켰다.
7개소의 산사들은 이러한 사회적, 교단적, 건축적 변화를 축적한 역사적 결과물들이다. 비록 개개 사찰들의 역사적 궤적과 건축적 구성과 형태는 다르지만, 1,00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겪으며 현재에 이르렀다. 등록 대상인 7개 전통산사의 목록과 유산적 가치는 다음과 같다.
-양산 통도사 : 646년 불사리를 봉안하여 창건한 이후, 불보사찰의 지위를 유지했다. 가람은 하로전-중로전-상로전의 큰 3영역으로 구성되며, 각 영역은 각각 특징적인 배치를 이루고 있다. 대웅전을 비롯한 13개의 예불용 건물들이 있어, 대승불교의 거의 모든 신앙형태를 담고 있다.
– 순천 선암사 : 527년 창건하여 현재는 태고종의 총림이 되었다. 4개의 작은 가람들이 모여 전체를 이룬, 중세적 대형 가람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각 영역들은 계단과 골목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마을과 같은 풍경을 이룬다. 현재 6개의 매우 건축적인 승방들을 보존하고 있다.
– 보은 법주사 : 776년 미륵신앙의 도량으로 중창한 후, 조선 초까지 법상종의 중심사찰이었다. 현존 유일한 5층 목탑인 팔상전을 중심으로, 대형 미륵불을 향하는 축과 대웅보전을 향하는 축이 직교하고 있는 복합 신앙의 사찰이다. 중층 불전인 대웅보전, 사모지붕을 가진 정방형 평면의 원통전 등이 특징적이다.
– 안동 봉정사 : 672년 창건한 크지 않은 산사이다. 대웅전과 극락전 영역이 동서로 나란히 자리 잡아, 서방 정토신앙을 상징한다. 12세기의 극락전, 15세기 초의 대웅전, 16세기의 고금당, 그리고 18세기의 화엄강당은 각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심포, 다포, 익공계 건축 기법을 보여준다.
– 영주 부석사 : 676년 창건한 최초의 화엄종 사찰이다. 급한 경사지에 9단의 축대를 쌓아 건물들을 적절히 배열했다. 각 단은 크고 작은 계단들로 연결되어 경사지 가람 구성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형 조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가람배치를 이루며, 주불전인 무량수전은 완벽한 비례를 이룬 고전적 건물이다.
– 공주 마곡사 : 643년 창건한 가람으로 두 세차례 큰 중창의 결과, 큰 개울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가람이 하나로 통합된 독특한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개울 남쪽 영역은 마당을 건물들이 에워싸는 배치법을, 개울 북쪽의 가람은 주요 건물들을 앞 뒤로 놓은 축선 위주의 배치를 이룬다. 5층 석탑은 13세기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중국의 신앙적 교류의 증표이다.
– 해남 대흥사 : 1604년부터 크게 중흥하여 대형 사찰로 발전했다. 원래 가람은 개울 남쪽에 있는 대웅전 일대이지만, 개울 북쪽으로 천불전 영역, 표충사 영역, 대광명전의 선원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표충사는 서산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불교 사찰 속의 유교적 사당건물 형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