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일
1998.11.01.
출처
코리아나
분류
건축역사

한국인의 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것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다. 된장국 된장찌개 매운탕……. 이 모든 음식의 기본재료가 되는 것도 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콩으로 쑨 메주에서 나온다. 그런데 구수한 된장국의 냄새는 콩에서는 맡을수 없고, 메주에서만 맡을 수 있다. “콩으로 메주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메주는 콩으로 만들되 콩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콩을 삶아 으깬 것을 덩어리로 만들어 2,3일 건조시킨 다음 큰 용기에 짚을 깔고 그 위에 메주덩어리를 넣어 27도 정도의 온도에서 2주간 숙성시킨다. 김장에 끝난 겨울 어귀에 보통 살림집에서는 숙성 용기가 이불을 뒤짚어 쓴채 안방 아랫목을 차지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메주곰팡이(황곡균)가 콩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된장에 가까운 성질을 만들게된다. 그 퀴퀴한 냄새는 발효과정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다. 숙성된 메주는 짚이나 새끼줄로 묶어 햇볕이 잘드는 남쪽 툇마루 위에 시렁을 엮어 걸어둔다. 습기가 제거되도록 충분히 말리면 드디어 단단한 메주가 만들어진다. 이를 소금물에 담궈 40일 정도 지나면 소금물은 간장이 되고, 메주는 된장이 된다. 전통적인 메주는 간장과 된장 겸용으로 쓰이지만, 1960년대 개발된 개량형 메주는 간장용과 된장용으로 구분되어 제조된다.
메주 만들기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절구에서 으깨진 콩들을 덩어리로 만드는 ‘메주 빚는’ 과정이다. 보통 나무베개만한 크기와 형태로 빚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원판형이나 국수형으로 빚기도 한다. 고추장을 만드는데 쓰이는 고추장용 메주는 소프트볼 정도 크기의 구형으로 빚는다. 어떤 형태든지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크기가 되어야한다. 소금물에 담그면 메주가 떠 올라야하고, 필요할 때 손으로 건져 내기 쉬워야하기 때문이다. 못생긴 사람을 일컬어 ‘메주덩이같다’고 흉본다. 메주의 고마움을, 우리 일상 식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망각한 말이다. 그러나 일반 집에서 빚는 메주의 모양이 매끈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일정한 규격없이 적당히 손으로 빚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격적이고 매끈한 메주도 있다. 사찰이나 관청과 같이 많은 수의 메주가 필요할 경우, 일정한 틀을 만들어 같은 형태와 크기의 메주덩어리를 만들어 소요량을 측정하기도 했고, 외관상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살리기도 했다. 현재 시장에서 파는 메주들도 모두 형틀에서 찍어낸 것들이다.
메주틀을 만드는 재료는 나무와 짚이 사용됐다. 나무틀은 사각형 메주에 사용되며, 두께 2cm의 송판을 사용하여 정방형으로 짜 맞춘다. 각변의 길이가 한자 (30cm내외) 정도, 높이는 4치 정도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무판에 글씨나 무늬을 볼록하게 새겨 메주 표면에찍혀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원형의 메주틀은 새끼줄을 안팎으로 촘촘히 감아서 만든다. 안지름이 25cm정도이고 높이는 9cm에서 15cm까지 다양하다. 원형틀은 나무판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새끼줄로 만들지만, 메주덩이의 표면이 나무틀보다 매끈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그러나 형틀에서 찍어낸 메주덩이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메주의 이미지는 거칠고 투박하며, 막 빚은 것이 어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