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일
1998.06.01.
출처
코리아나
분류
건축역사

맷돌 (9806)

“둘러주소 둘러주소 / 얼른 펄쩍 둘러주소 // 하나 둘이 갈아도 / 둘러주소 둘러주소” – 개성지방에 전해오는 맷돌노래의 일부다. 맷돌은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달라붙어야 작업이 효율적이다. 큰 함지에 맷돌을 앉히고 한사람은 곡물을 위짝 구멍에 떠 넣고, 다른 한사람은 맷돌을 돌리면서 곡물을 간다. 제주도에 쓰는 대형맷돌은 아예 네 사람이 함께 돌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호흡이 잘맞아야 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다. 아낙들의 노동요가 불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콩 팥 보리 쌀 등 모든 곡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돌덩어리가 맷돌이다. 한약방에서 약재를 갈때나 집에서 풀을 쓸 때 사용되는 풀매와 같이 작고 고운 맷돌이 있는가 하면, 동네 어귀에 공동으로 세워서 황소가 돌려야할 만큼 크고 무거운 연자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또, 강원도 산간에서는 통나물로 만든 나무맷돌을 쓰기도 한다.
대부분 맷돌의 원리는 동일하다. 두 개의 둥그런 돌 – 위짝과 아래짝 -을 아래 위로 겹치고, 두 돌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아래짝 윗면의 중심에는 중쇠(숫쇠)를 꼿고, 위짝 아래면에는 암쇠를 박아 서로 끼운다. 아래짝은 고정대고 위짝이 회전하면서 곡물을 갈게되는 원리다. 위짝을 돌리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맨손(손잡이)이 필요하다. 보통 가정용은 ‘ㄱ’자 모양의 나무 손잡이를 쓰지만, 연자매에는 소의 등에 부착할 수 있는 멍에를, 나무맷돌에는 위짝 통나무를 관통하는 직선 막대기를 쓰기도 한다. 아래짝의 윗면에는 곡물이 잘 갈리고 잘 흐르도록 홈줄이나 작은 구멍을 판다. 오랫동안 써서 이 홈들이 메워지면 매죄료장수를 불러 다시 쪼아주어야 한다. 보통 손잡이들이 헐거워져 잘 빠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칡넝쿨이나 대나무 살로 위짝 둘레를 묶어 손잡이를 고정시키기도 한다.
가정용 맷돌은 아래 위짝의 크기가 비슷하지만, 사찰의 승방 등 대형시설에서 쓰는 맷돌은 아래짝의 크기가 무척 크서 매판의 역할까지 겸하게 된다. 또, 아래짝에 주둥이를 만들어 겔 상태의 곡물가루가 잘 흐르도록 고안했다. 이 주둥이들을 동물의 얼굴모양으로 조각해 마치 동물의 입에서 곡물가루가 흘러나오는 것 같이 만든 예술적 맷돌들도 있었다.
맷돌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곡물과 함께 적당량의 물을 넣어야 한다. 곡물만 넣으면 위 아래짝의 마찰열이 발생해서 곡물 가루가 타거나, 맷돌 자체가 갈려 돌가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물이 많으면 갈린 곡물가루가 연한 죽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곡물과 물의 비율을 잘 맞추어 공급하고, 맷돌을 돌리는 속도와 곡물을 공급하는 주기를 잘 맞추는 등, 협동과 효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울 수 있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