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541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제 새 출발을 준비합니다. 이 뜻 깊은 자리에 우리 모두가 후원자이자 조력자로, 부모이자 스승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더욱 기쁘고 감사합니다.
또한, 우리 학교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특별히 참석해 주신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비롯한 학내외 귀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누구보다도 여기 자랑스러운 자녀를 두신 학부모와 친지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유학을 가지 않고 세계적인 예술가를 양성하자”는 국민적 염원을 품고 25년 전 국가가 설립했습니다. 불과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불가능할 것 같았던 꿈을 이루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하여 세계 3대 콩쿨인 퀸 엘리자베스 콩쿨 우승 등 200여 명의 재학생들이 국제 무대에 입상했습니다. 올 초 신춘문예에는 총 6명의 학생들이 당선했습니다. 한 공중파 방송의 메인 뉴스는 “줄리어드에서 한예종으로”라는 보도 타이틀을 걸고 예술 교육의 세계적 중심이 우리학교로 옮겨 왔다고 방송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바로 여러분이 해 낸 것입니다. 여러분은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렇듯 여러분은 비록 예술학도의 신분이었지만, 이미 국제 무대의 예술가이고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족하고 자만하기에는 더 거대한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교향악의 아버지라는 프란츠 요셉 하이든은 생전에도 큰 예술적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러한 그가 말년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일생에 이루기 어려운 꿈이 세 가지 있다. 하나는 명성을 얻는 일이고, 둘은 그 명성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며, 셋은 사후에도 영원히 명성을 남기는 것이다.”
명성을 얻은 예술가를 스타라고 한다면, 일생 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이가 바로 대가 (Master)입니다. 사후에도 영원히 명성을 남긴다면 그것이 바로 고전 (Classic)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스타지만, 우리의 목표는 스타가 아니라 매스터가 되고 클래식이 되는 것입니다. 스타는 밤에만 빛나며, 밤하늘의 스타는 무수하게 많고, 곧 많은 별들이 백색왜성이 되어 사라져 버립니다.
스타의 명성은 본인과 가족을 기쁘게 하지만, 대가는 제자들과 예술계를 행복하게 하고, 고전은 모든 국민과 세계인을 행복하게 합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미션은 예술계의 스타를 만드는 것을 뛰어넘어, 대가를 육성하고 “내일의 고전을 창조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입니다.
여러분의 성공은 자신의 재능과 노력 뿐 아니라, 가족들의 헌신과 사회적 배려에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그 은혜를 갚는 길은 바로 작품과 연구를 통해 대가가 되고, 길이길이 남을 고전을 만들어 사회와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창조적인 사회,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나아갑시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졸업하는 이유이며 목표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한예종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사회적 주목에는 인정과 칭찬 뿐 아니라, 질시와 비판이 더 클 것입니다. 스타가 아니라 등불이 되십시오. 스타는 홀로 외롭게 빛나지만, 등불은 높은 곳에 걸려서 낮은 곳을 비춥니다. 여러분의 예술적 동료들을 존중하고, 사회적 모순마저 사랑하십시오. 이해하고 함께 하십시오. 그러나 자신 스스로 엄격한 훈련과 혹독한 노력을 계속 하십시오. 내적 엄격함과 외적 관대함. 이것이 바로 대가에 이르는 길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게 계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예술가의 길을 자신의 업으로 선택한 이 무모하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이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내서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예술의 후원자이며 향유자가 되어 이 젊은 예술가들이 대가가 되는 토양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541명의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 번 학창 시절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날에 큰 축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