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은 추락하기 쉬운 높은 기단이나 계단 옆, 다리 옆, 루마루 끝 등에 설치하는 안전용 시설물이다. 현대 건축에는 주로 다리와 계단에 설치되지만, 이층집이 드물었던 예전의 건축에는 난간을 둘만한 계단이 없었다. 대신 우리나라 집에는 마루바닥을 높게하고 벽을 뜷어버린 루마루가 많았다. 루마루는 여름철에 사방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툭터진 경치를 즐기기 위한 집들이다.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루마루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았다. 완전히 2층 높이의 루마루를 가진 집을 보통 루각이라 불렀고, 약간만 올라간 집을 정자라 부렀다. 뿐만 아니라 루마루는 일반 살림집의 일부나 공공건물 어디에도 설치된 매우 흔한 건축요소였다.
루마루의 성격상 높을 수록 좋지만, 그만큼 추락할 위험도 컸다. 따라서 그런 곳일수록 튼튼한 난간을 부착해야 했다. 그러나 난간을 튼튼히 한다고 해서 부재를 두껍게 하거나 크게할 수는 없었다. 루마루란 가급적 최대한 외부로 개방되어야 주변 경관을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철제가 발달하여 얇으면서도 튼튼한 재료가 없었던 과거에는 오로지 나무만 가지고 견고하면서도 작고, 동시에 아름다운 난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궁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난간의 종류는 모양과 결구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간단한 종류는 ‘평난간’이라 해서 마루 끝에 짧은 기둥들을 세우고 그 위에 난간대를 붙인 것이다. 가난한 민가나 민간의 소박한 정자들에 쓰였던 가장 원초적인 난간이다. 가장 고급스러운 것은 ‘보란’이라하여, 임금의 옥좌나 부상의 불단 둘레에 호화롭게 꾸민 난간이다. 난간살은 亞자문양이나 卍자문양, 거북이 등모양 들로 꾸몄다.
웬만한 루마루에는 보통 ‘계자난간’이라는 형식을 채용했다. 계자란 수탉의 벼슬을 일컬는 한자어로, 난간살이 닭벼슬 모양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또는 ‘개다리난간’이라고도 부르는데, 난간살이 개다리같이 바깥으로 휘어졌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식으로 말한다면, 바로크 스타일의 난간이라고 할까. 수직으로 세워지는 평난간에 비하여, 계자난간은 마루면 바깥으로 난간대를 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닭벼슬 모양의 난간살 위에는 ‘하엽동자’라는 연꽃봉오리 모양의 작은 부재들을 얹고 그 위에 난간대를 설치한다. 그만큼 만들기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장식적인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된 난간형식이다.
난간살대 사이, 바닥면과 만나는 아래부분에는 ‘난간 청판’이라는 직사각형 판재를 막게된다. 비록 작은 면들이지만, 이 부분을 꽉막으면 루마루의 개방적 공간이 갑자기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난간청판에는 구멍을 뚫어 조금이라도 개방감을 더해주려 한다. 구멍의 모양은 정말 목수들 마음이다. 사람의 눈모양이나, 연꽃모양이나, 마름모꼴, 삼각꼴 . . .등 매우 다양한 모양을 가진다. 이 역시 계자난간의 장식성을 한층 더해 준다.
사람이 손으로 잡는 난간대 (handrail)는 ‘난간 두겁대’라 부르기도 한다. 가장 튼튼해야할 부분이다. 손으로 잡기 편하도록 아래위로 긴 타원형으로 단면을 만든다. 계자살 -하엽동자 -두겁대는 모두 특별한 철제 결구물로 긴결한다. 이 부분에 기술적 노하우가 있다. 지금의 문화재보수에서 가장 실패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과거와 같이 단단한 주물 철물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